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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쿠르간’에 신라 왕관 나뭇가지가…
작성자 : 관리자(pooh@designardor.com) 작성일 : 2013-02-19 조회수 : 3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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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막 주변의 샴쉬 유적에서 출토된 황금 데드마스크. 신라 왕관에 보이는 나뭇가지 장식이 잔뜩 새겨져 있었다 

중앙아시아 ‘쿠르간’에 신라 왕관 나뭇가지가… 
등록 : 2013.02.18 20:07 
수정 : 2013.02.18 20:48 



기고 l 카자흐·키르기스 유적 조사
마치 경주 왕릉을 보는 듯했다.

옛 실크로드 길목인 눈 덮인 텐산산맥 기슭, 봉긋한 봉분을 드러낸 채 흩어진 수십 기의 쿠르간(고분)을 보며 답사팀은 옛 신라로 돌아간 듯한 감회에 젖었다. 카자흐스탄 수도 알마티 근교에서 본 ‘이식’(Issyk) 쿠르간은 답사의 백미였다. 1969년 이 쿠르간들 가운데 한 기가 발굴되었는데, 황금장식으로 뒤덮인 모자와 옷·신·칼을 착용한 남성 유해가 나와 세계 고고학계를 흥분시켰다. 그는 ‘황금인간’이라 불리게 되었다. 

중앙아시아의 두 나라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은 여전히 생소한 이름이다. 간혹 스포츠 경기에서 한국 선수와 대결하거나 자원 대국 정도로 아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삼국시대로 무대를 옮기면 사정이 달라진다. 이곳에 분포한 대형 무덤 쿠르간은 구조와 출토 유물이 경주 신라 왕릉과 흡사해 국내 학계에서는 전부터 양 지역의 관계를 주목해왔다.

지난달 24~31일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 일대에서는 국내 학계 조사단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24명의 역사학·고고학·인류학 연구자들이 팀을 이뤄 현지 조사를 벌였다. 현지 고대 유목민 유적과 우리 고대 문화 교류의 실체를 찾기 위해 최병현(숭실대)·권오영(한신대)·김종일(서울대)·박천수(경북대) 교수 등과 중앙문화재연구원·대한문화재연구원 등이 꾸린 조사단이었다. 고대사와 고고학, 인류학 등 여러 전공의 연구자들은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 각지를 돌며 신라 문화와 연관되는 현지 유적들을 집중 조사했다. 가는 곳마다 열띤 토론이 이어졌고, 현지 학자들과의 심포지엄도 열렸다.


국내 역사·인류·고고학 연구진
신라 문화와 연관성 현지조사
시기 유사한 고분·금제품 확인
두문화 사이 교류 가능성 커져
이식박물관과 공동발굴 협정도



성과가 적지 않았다. 가장 눈길을 모은 이식 쿠르간 유적의 경우, 발굴에 참여한 벡무한베트 박사를 만나 강연을 들었고, 현지 이식 박물관과는 학술교류 협정을 맺어 올여름 이식 쿠르간 발굴에 공동참여하기로 했다. 이는 지금까지 외국 자료에 의지하던 중앙아시아 고대문화의 학술정보를 우리 손으로 직접 얻게 됐고, 국내 학계 또한 중앙아시아 고대문화 연구에 기여할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지난달 25일 이식 박물관의 심포지엄도 열기가 뜨거웠다. 알타이 베렐 쿠르간 발굴 성과를 공개한 아이도프 박사와 카자흐 암각화 예술을 고찰한 사근바이 박사의 발표에 대한 국내 학자들의 질문이 쏟아져 밤 10시가 되어서야 끝날 정도였다.

카자흐스탄에서 기대했던 또 하나의 정보는 경주 계림로 출토 서역풍 보검장식을 빼닮은 유물이 출토된 보로보에(Borovoe) 유적이었다. 전체 면적 272만4900㎢로 세계 9번째로 넓은 국토를 가진 이 나라에서 보로보에 유적은 한참 북쪽에 있어 여건상 답사는 미룰 수밖에 없었다. 그 대신, 계림로 보검장식과 동일 수법으로 만든 훈(Hun)족의 4~6세기 금제품을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

알마티를 떠나 남쪽 키르기스스탄으로 향했다. 텐산산맥에 둘러싸인 이시크 쿨 호수의 비경, 동물무늬 암각화, 오손족이 남긴 쿠르간이 있는 곳이다. 흉노를 견제하기 위해 한나라에서 오손왕에게 시집온 오손 공주와 오손왕성, 옛 돌궐(투르크)족 무덤과 제사 유적, 당의 구법승 현장이 환대받았던 서돌궐 도성 시이압(악 베쉼 유적)으로 이어지는 일정이었다. 비쉬켁 국립박물관에서는 경주 황남대총 출토품과 거의 같은 형태의 유리잔을 촬영했다. 시성 이태백 고향이기도 한 토크막 주변의 샴쉬 유적에서 출토된 황금 데드마스크엔 신라 왕관에 보이는 나뭇가지 장식이 잔뜩 새겨져 있었다(사진). 연대는 놀랍게도 신라 왕관과 거의 같은 4~5세기였다.

그동안 중앙아시아 쿠르간과 경주 고분을 직접 연결시키기는 어렵다는 게 통설이었다. 쿠르간 연대가 기원전 6~4세기인데, 경주 고분은 기원후 4~6세기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중앙아시아에도 경주 고분과 비슷한 시기의 쿠르간과 금 제품이 상당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신라가 4~6세기에 초원 길을 통해 중앙아시아와 장거리 교섭을 펼쳤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답사단은 귀국 비행기 안에서 올여름 2차 답사준비에 들어갔다. 멀게만 느껴지던 중앙아시아-신라 사이 문화교섭의 실체가 손에 잡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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