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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들여 복원한 ‘일본軍 관사’… 결국 흉물로
작성자 : 관리자(pooh@designardor.com) 작성일 : 2012-03-15 조회수 : 3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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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억원을 들여 복원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일본군 장교 관사가 ‘철거’와 ‘보존’의 의견대립 속에서 잡초만 무성한 도시의 기괴한 폐가로 방치되고 있다. 심만수기자 panfocus@munhwa.com 


‘일단 복원’ 뚝딱 결정… 되살린 ‘日帝잔재’엔 먼지만 쌓여 
혈세들여 복원한 ‘일본軍 관사’… 결국 흉물로 


 
지난 12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파크아파트 10단지 내 부엉이근린공원.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고층 아파트와 어울리지 않는 짙은 갈색의 단층 목조건물 두 채가 공원 구석에 어색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균열과 부식이 일어난 검은 기와지붕과 낡은 나무외관이 오래된 건물임을 짐작게 했다. 건물 외벽에 7개의 에어컨 실외기와 외벽에 사설 경비업체의 센서가 있었지만 어딘지 기괴한 분위기마저 풍겼다. 자물쇠로 굳게 잠긴 문을 틈새를 통해 들여다봤다. 외관과 어울리지 않는 현대식 책걸상이 놓여있고, 바닥에는 슬리퍼들이 흩어져 있다. 건물 앞에 놓인 조그만 표지판의 먼지를 걷어내자 ‘상암 구 762번지 일본군 관사’란 문구가 나타났다.

2005년 11월 마포구 상암2택지개발지구 아파트 단지 지표조사 과정에서 일본군이 묵은 것으로 추정되는 관사 22개동이 발견됐다. 공사를 맡았던 SH공사는 관사동 건물을 문화재청에 신고했다. 조사결과 문화재청은 1930년대 중국침략전쟁을 일으킨 일본이 경의선 수색역을 보급기지로 삼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발견된 관사동은 일본 제국주의의 아시아 점령을 위한 병참기지로 쓰였던 일본군 장교들의 관사였다. 

2006년 1월 문화재청은 일본군 관사가 역사적인 보존가치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화재청은 SH공사에 문화재 보존 대책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정부는 일본군 장교 관사를 복원하는 작업을 추진하면서 학계와 시민단체, 독립유공자단체 등에 아무런 의견도 구하지 않았다. 정부의 ‘무심한’ 행정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부지 및 건물 소유권자인 SH공사와 문화재청은 현장답사와 심의 과정만 거쳐 22개동 가운데 상태가 양호한 2개동의 이축 복원을 결정했다. 국민 혈세인 예산 11억원을 투입해 2010년 9월 공사를 거의 완료했다. 관할구청인 서울 마포구청은 복원한 관사를 등록문화재로 신청했다.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일본군 관사 복원 소식이 알려지면서 사회적인 반발여론이 형성됐다. 시민단체들은 일본군 관사를 ‘일본 제국주의 기념 건물’로 보고 정부의 역사인식과 안이한 행정을 질타했다. 

일본군 관사는 복원이 사실상 완료된 이후 1년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방치된 상태다. 마포구청은 문화재 승인을 기대하고 있지만 문화재청은 문화재 등재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모습이다. 공원 한쪽 구석에서 일본군 장교 관사는 관리직원조차 없이 흉물처럼 버티고 있었다. 눈에 제대로 띄지 않는 안내 표지판에는 먼지가 쌓였다. 추한 역사의 보존을 위해 건물을 복원했다면 일본 제국주의를 비판하거나 역사적 교훈의 내용이 담긴 설명이 있어야 하지만 형식적인 수준에 그칠 뿐이었다.

주민들도 불만을 토로했다. 아파트 단지 내 일본군 장교 관사가 복원된 사실을 뒤늦게 안 주민들은 볼멘소리를 토해냈다. 곽혜진(17)양은 “일제시대 때 지어진 건물이라 해도 역사적 가치가 있다면 복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굳이 우리 조상들을 괴롭히고 죽였던 일본군 관사까지 복원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2010년 10월에는 일본군 관사 맞은편에 일본인학교가 문을 열었다. 지역주민 전모(63)씨는 “일본인 학생들이 이 관사를 보면서 자신들의 조상들이 이곳에 남긴 업적 정도로 생각할까봐 겁이 난다”고 손사래를 쳤다. 정지건(52)씨는 “일본은 계속 역사왜곡 교과서를 만들고,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배상도 안하고,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데 우리 정부는 그들의 관사를 열심히 복원하고 있다”며 “일제 강점 역사는 단순한 기록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 민족에게는 피와 절규의 시간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군 관사복원과 운영관리에 관여된 기관들은 서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서울시는 “문화재청이 지방자치단체인 마포구청과 산하기관인 SH공사를 통해 진행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운영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SH공사측은 “문화재청의 권고에 따라 복원을 했고 이미 2010년 12월 기부채납 형식으로 마포구청으로 소유권 이전을 마쳐 마포구청에서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처음 복원할 때 구청과는 아무런 상의가 없었고 문화재청의 문화재 등록을 조건으로 복원 후 관리만 맡기로 했다”고 책임을 미뤘다.

일본군 관사 복원에 결정적 역할을 한 문화재청 관계자는 “자랑스러운 것만이 문화유산이 아니고 아픈 역사의 잔재물도 역사 교육의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며 “이런 연유로 복원을 결정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국민 정서를 고려해 미비한 점을 보완하고 시급히 문화재 등록이 결정돼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관리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충분한 논의 없이 민족정서에 대한 심사숙고 없이 복원된 일본군 장교 관사는 관계기관의 책임 회피 속에 여전히 일본제국주의의 망령으로 서울을 떠돌고 있었다. 

유민환·유현진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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