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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기원’ 연구로 주목받는 김욱 교수
작성자 : 관리자(pooh@designardor.com) 작성일 : 2010-11-28 조회수 : 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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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기원’ 연구로 주목받는 김욱 교수 
“맞춤 의학 등 유전학 활용분야 무궁무진”
‘단일 민족’ 상식 뒤엎어 학계 반향… 



 
 
▲ DNA 분석을 통해 인류의 기원과 이동경로를 지도로 표기한 ‘지노그래픽 프로젝트’ (photo 내셔널 지오그래픽)


생물학 분야 중 ‘집단유전학’이라는 것이 있다. 특정 그룹의 유전자를 분석해 유전적 변이가 어떻게 발생하고 유지되는지 연구하는 학문이다. 김욱(55) 단국대 생물학과 교수는 올해로 벌써 12년째 집단유전학적 기법을 동원해 한국인의 뿌리를 찾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개인의 유전자를 면밀하게 분석, 특징을 밝혀내는 작업은 ‘게놈 프로젝트’ 등을 통해 이미 관련 연구가 상당 부분 진행됐지만 저마다 다른 특성을 지닌 집단을 대상으로 한 유전자 분석은 그 역사가 비교적 짧다. 더욱이 국내에서 이쪽 연구를 해온 학자는 한 손에 꼽힐 정도. 김 교수는 그 중에서도 선봉에 서 있는 학자다. 방학도 잊고 단국대 천안캠퍼스에서 연구에 매진 중인 그를 지난 7월 31일 이전을 앞둔 서울 한남동 캠퍼스에서 만났다.

김 교수의 연구 결과가 세간에 알려진 건 2004년. 당시 그는 “한국 민족의 기원에는 남방 농경민족과 북방 유목·기마민족이 약 6 대 4의 비율로 섞여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당시 그의 주장은 ‘한국인의 뿌리는 북방 민족’이라는 상식을 뒤엎는 것이어서 큰 주목을 받았다. 김 교수 연구팀은 이 연구를 위해 3년에 걸쳐 우리나라를 비롯, 중국·일본·베트남·몽골 등 동아시아 11개 민족집단에서 약 2000명의 유전자를 무작위 추출해 분석했다. 우리 민족의 기원을 밝히기 위한 연구 중 가장 오랜 기간에 걸쳐 가장 많은 표본집단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였다.

“제 연구의 기본 절차는 간단합니다. 서로 다른 집단의 유전자를 추출해 분석한 데이터를 재해석하는 것이지요. 그 과정을 통해 같은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민족 간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를 밝혀내는 게 집단유전학의 목표예요.” 그가 연구에 활용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남자를 통해 아들에게만 전해지는 유전자인 Y염색체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어머니가 딸에게만 물려줄 수 있는 미토콘드리아 DNA의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것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Y염색체 연구로는 ‘아담의 기원’을, 미토콘드리아 DNA 연구로는 ‘이브의 기원’을 각각 추정할 수 있다. 2004년 보고서 역시 표본집단 중 11개 민족 700여 명은 Y염색체를, 8개 민족 1200여명은 미토콘드리아 DNA를 각각 비교 분석한 결과를 담고 있다. 

김 교수는 생물학자이지만 그의 연구 영역은 단순히 생물학 영역에 머무르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통계학이다. “유전학 분야에 수리통계학적 개념이 도입된 것은 1930년대였어요. 표본을 확보하고 데이터를 추출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그 바탕이 되는 것이 통계학이고요. 집단유전학에서 유난히 ‘빈도’ 개념이 많이 등장하는 것도 그 때문이지요.”

그런가 하면 한반도를 거쳐 일본 본토에 정착했다는 야요이족의 이동 경로에 대한 설명에는 기후 변동에 따른 대륙의 형성과 분리, 농경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신석기시대의 특징, 고조선의 멸망과 위만조선의 건국 등 방대한 역사적·지리학적 지식이 총동원된다. 

한민족 기원의 이중성을 주제로 하는 그의 연구 결과가 처음 발표됐을 때 한편에서는 이견도 있었다. ‘단일민족’에 대한 자긍심 부분을 우려하는 목소리였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다르다. “물론 우리 민족은 동질성이 높습니다. 히스패닉과 아프리칸, 아메리칸 등 여러 소집단(sub population)으로 나뉘어진 미국 같은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어느 지역민을 추출해도 유전자 특성이 같아요. 기원이 다른 두세 개의 민족이 흘러 들어왔지만 지금은 전 지역이 고루 섞여 동질화돼 있다는 겁니다.” 그에 따르면 우리 민족은 유전적 기원이 다양하다는 면에서 그만큼 경쟁력이 있다. “미국이나 독일에는 인종이나 종교 등 특정 집단 내에서만 결혼을 허용하는 단체가 있습니다. 그런 집단에는 대체로 유전병이 많아요. 우리 민족은 남방과 북방의 기원이 섞였기 때문에 진화적으로 유리한 겁니다. 결국 유전자적 동일성으로 민족을 나누는 건 의미가 없어요. 역사나 문화, 언어 등과 같은 요소들이 민족을 결정하는 거죠. 피부색이나 외모로 민족을 가르는 것은 국수주의일 뿐이에요.”

몇 년 전만 해도 그는 연구 활동에 여러 모로 애를 먹었다. 일단 다른 나라 국민의 유전자를 샘플링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았고 생명윤리기본법이 발표된 후부터는 본인 동의 없는 유전자 추출이 법으로 금지되면서 그나마 표본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집단유전학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당장 돈이 되는 일이 아니다 보니 정부 차원에서 연구비를 지원 받는 일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 “집단유전학을 통한 한국인 기원 연구는 최근 각광 받는 맞춤의학 부문에서 활용도가 높습니다. ‘한국인에게 특별히 잘 듣는 약’을 파악하기 위해 한국인 집단의 유전자 분석 결과가 필요해진 거죠. 특정 민족에게 자주 나타나는 유전 질환을 조사하는 데도 제 연구가 기초 자료로 꼭 필요합니다. 외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연구비를 투자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그는 “좀 늦긴 했지만 우리도 서서히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2년간 그가 배출한 제자들은 그의 가장 큰 자랑거리다. “여기서 다 박사 학위 받고 나갔죠. 그 친구들이 여러 군데 흩어져서 관련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미국이나 일본·영국 등 유전학 분야 선진국에 비해 수준이 많이 뒤처집니다. 특히 데이터를 통계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알고리듬 개발 부분은 아주 취약하지요. 그렇지만 유전학에 관심 갖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는 만큼 기대를 걸어볼 만합니다.”

그는 한국과학재단과 교육부, 동북아연구재단 등의 지원을 받아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마음껏 연구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자재 등 지원을 아끼지 않는 단국대도 든든한 지원군이다. 요즘도 그는 틈틈이 연구교수로 있던 미국 애리조나대학, 유전자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지닌 영국 케임브리지대 생거센터 연구진과 공동연구를 진행하며 활발하게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 본업 이외에 3년째 입학관리처장 일을 맡으며 연구에 쏟는 시간이 줄어든 것이 아쉽지만 그의 욕심은 끝이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만 갖고 있는 특이 유전자를 찾아 특정 시기에 한반도에 흘러들어온 또 다른 민족이 있었는지 여부를 알아내고 싶어요. 우리 민족이 지닌 유전자적 특성과 유전질환 간의 연관성도 연구해야죠.” ▒


/ 최혜원 기자 happyend@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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