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게시판 >
야스쿠니 참배, 전략적 대응 필요하다 - 신주백 | 연세대 HK 연구교수
작성자 : 관리자(pooh@designardor.com) 작성일 : 2014-01-07 조회수 : 1592
파일첨부 :
[시론]야스쿠니 참배, 전략적 대응 필요하다
신주백 | 연세대 HK 연구교수 

지난해 12월26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전격적이라고 느껴질 만한 행보였다. 그는 이날 참배에 앞서 “다시는 사람들이 전쟁을 겪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호소하기 위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다고 언론에 밝혔다. 

아베의 주장과 매우 비슷한 논리는 그가 정치적으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을 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총리로 재임한 5년5개월 동안 모두 다섯 차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사람이다. 주변국에서 강하게 반발하는데 왜 자꾸 참배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전몰자에 대한 위로를 전하고 다시는 전쟁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고자 참배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두 사람은 전쟁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기 위해, 더구나 일본이라는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을 참배하는데 무엇이 잘못인가라고 반문한 것이다. 그렇지만 두 사람의 주장은 전제가 잘못되어 있다. 야스쿠니신사는 1945년까지 일본이 치른 대내외 전쟁에서 사망한 전몰자의 명부가 있는 위령 공간이다. 일본은 국가 대 국가의 전쟁에서 방어의 전쟁을 한 적이 없다. 일본군은 전쟁 때마다 민간인을 학살했다. 병사들의 경우, 국가에 의해 동원됐고 상관의 명령에 따라 행동했으므로 달리 생각할 여지도 있지만, 그들도 국가의 가해행위에 가담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국난’ 때 사망한 모든 사람이 다 위령의 대상이 되는 것도 아니다. 야스쿠니신사에는 1853년 사망한 사람도 신령으로 모셔져 있지만,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의 모델이 된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는 야스쿠니신사의 영령이 아니다. 그는 에도막부를 무너뜨리는 데 공을 세웠지만, 1877년 서남전쟁 때 선두에 서서 메이지 일왕에게 반기를 든 사람이다. 결국 야스쿠니신사의 위령 대상자가 되느냐의 절대적 기준은 메이지와 쇼와 일왕에게 충성했는지의 여부이지, ‘일본’이라는 국가에 충성했느냐는 아니었다. 달리 보면, 야스쿠니신사 측의 논리를 따르는 사람들은 패전 이후 일왕을 전면에 내세울 수 없는 현실에서 야스쿠니신사의 위령 대상을 일본에 충성한 사람들로 치환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논리에는 가해와 피해의 구도가 들어갈 여지가 없다. 오히려 이들은 참배를 강행함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대중에게 드러내고 지지를 이끌어내는 한편 참배를 되풀이함으로써 한국과 중국의 역사카드를 무력화할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 고이즈미는 총리 재직 시절에 참배를 되풀이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보면 주변국과의 관계를 정상적인 관계로 전환할 수 있다고까지 발언했다. 그들에게는 피해국의 비판이 비정상적인 외교관계에 불과한 것이다.

일본식 ‘비정상화의 정상화’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고이즈미 총리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역사문제와 비역사문제의 분리를 단기 대책으로 주문하는 사람이 많다. 그렇지만 고이즈미 총리 때보다 지금의 일본이 더 우경화되었다는 점을 부인할 한국인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주문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한 것 아닌가.


지금의 시점에서 한·일 역사문제를 생각할 때 분리 대응 자체보다 더 중요한 점이 있다. 우리는 동아시아의 역사문제가 지역의 국제관계를 결정하는 종속변수가 아니라 독립된 상수라는 관점과 태도를 가져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동아시아의 역사문제를 어떻게, 그리고 무엇을 향해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우리 나름의 그림을 그려내야 한다.

사실 한국 사회는 1982년 일본의 고등학교 역사교과서 문제 이래 30년이 지났지만 사회적 합의안을 갖고 있지 못하다. 합의안을 만드는 그 방향은 남북의 화해와 협력, 그리고 동아시아의 다자질서를 구축하는 전략방향이어야 한다. 늦지 않았으니 지금부터라도 토대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것이 외교 아닌가. 일본 역사문제 해결의 ‘마지막의 마지막’인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한 대응기조도 여기에 기반해야 한다.
이전글 125회 국민강좌, '한국사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다음글 "日 대표 2대 신사(神寺), 한반도 신을 모시는 곳이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